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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부터 M1A2, 르클레르, 레오파드2
이들의 공통점은 21세기를 대표하는
각국(서방)의 3.5세대 전차라는 점이다.
그런데 하나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으니...
바로 120mm 활강포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은 이런 의문이 들었다.
"120mm'활강'포? 강선이 없다는 건가?"
분명 소총류에선 강선에 탄이 맞물리며
회전하면서 탄도 안정성을 높여준다.
그런데 왜 전차에선 강선포를 쓰지 않는 것일까?
이번 글에선 그 이유를 짧게 알아보려한다.

강선을 사용하는 단 한가지의 이유
'자이로 효과'

한간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소총에 강선은 탄환을 회전시켜서 적에
명중했을 때 살을 드릴처럼 파고들어가,
살상력을 높인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일반적인 소총에 새겨진 강선은
3조, 6조 불과하기에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게 회전하지 않는다.
(~조 강선=총열을 빠져
나오기까지의 강선의 개수)
강선의 유일한 존재 이유는 바로
탄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뿐이다.

여기서 강선과 탄도 안정성의 관계를 알기 위해선
자이로 현상에 대해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자이로 현상이란 일정한 물체에 강한 회전을
주게 되면 회전축을 중심으로
물체가 자세를 유지하려 하는 현상을 말한다.

강선의 유무/ 원추형 탄환은 무게중심이 뒤에 위치해 전도 현상이 생기기 쉽다. (출처:gununiversity)

이 자이로 현상 덕분에 강선에 맞물려
회전하며 포구을 빠져나온 탄은
공기의 저항과 바람 등 외부적인
탄도 안정 저해 요소들을 이겨내고
쏘는 족족 원하는 곳에 꽂힐 수 있다.
(원추형 탄의 무게 중심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자이로 현상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자이로스코프/ 물론 탄자는 저 정도로 많이 자이로 효과를 받지는 않는다. (출처: 국방TV_역전다방)


그렇다면 강선이 없는,
즉 활강식 총의 경우는 어떨까?
1800년에 개발된 영국제 강선식 베이커 라이플과
1790년대 개발된 프랑스제 활강식 머스킷의
명중률 차이를 아래 표를 통해 확인해보자.

총기제작년도100야드
(91m)
200야드
(182m)
300야드
(274m)
베이커 라이플1800년100%100%91.6%
3/4 온스
활강 머스킷
1790년75%37.5%33.3%

두 라이플은 개발연도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총기이지만,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강선이 있는

베이커 라이플 쪽이 압도적인
명중률을 보여준다.
(명중률 테스트는 베이커라이플 쪽은 제작자인 베이커가,
3/4온스 활강 머스킷은 하노버 왕가에서 진행했다.)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러면 왜
탱크는 이런 성능 좋은 강선포를 쓰지 않는 것일까?
사실 탱크들도 강선포를 탑재하던 때가 있었다.
1980년대 이전, 대부분의 탱크들은 지금처럼
활강포가 아닌 강선포를 탑재했었다.
105mm 강선포를 탑재한 K-1, M60A3,
Type74, 레오파드1 정도가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일본의 TYPE 74 전차에 탑재된 105mm 강선포의 강선 (출처: wikipedia)

당시 전차들이 105mm 활강포를 탑재한 이유도
여타 소총류와 크게 다르지 않게
탄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더이상 활강포를
쓸 수 없는 이유가 생기니
바로
날개안정 분리 철갑탄
본격적인 사용과
120mm포의 등장이다.

K-2: 105mm 탱크는 강선포 쓴다던데?
???: 근데..넌 120mm 잖아....

1979년 레오파드2를 시작으로
서방전차의 트렌드는 120mm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탄자의 길이와 무게도
기존 105mm보다 크게 늘어났는데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탄자가 무겁고 길수록 탄자에
제대로된 회전을 물리기 위해서는
강선을 더 많이 파야한다.

K-1 전차의 폭발한 105mm 강선포 / 닳아버린 강선포를 제때 교체하지 않으면 균일하지 않은 마찰로인해 포신이 폭발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강선은 많이 팔수록
탄자에 가해지는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안정성을 높이려고 강선 파놨더니
강선의 빠른 마모로 인해 명중률이
하락하는 문제가 생겼다

120mm로 넘어오면서 생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성형작약탄의 배신이었다.
120mm탄으로 넘어오면서 탄자의 지름 대비
길이는 어느덧 1:6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탄자가 지름:길이=1:6의 비율을
벗어 나게되면 탄도 안정성을 잃어버리는데
이 때문에 기존의 철갑탄이나 성형작약탄의 경우
더 이상 길이를 늘릴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하게된다.
더욱이 세라믹 복합장갑의 등장으로
열에 강한 세라믹의 특성상
웬만한 전차들이 성형작약탄에 대한
전면 방호가
가능해지면서 관통력 원툴이었던
성형작약탄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게 됐다.
(그래도 여전히 장갑이 빈약한
장갑차나 전차에는 그냥 관통해버리는
날탄보다는 성형작약탄이 적합하다.)


TMI:
2차 세계대전 당시 성형작약탄을 적용한
판저파우스트는 가히 혁신적이었다.
고작 보병 한 명이 최대 100m 거리의 전차를 잡는 게
가능한 것은 물론 전차의 76mm 철갑탄과
비슷한 관통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판저파우스트의 사거리별 파생형/ 외형에서 알 수 있듯 RPG-7은 판저파우스트의 카피형이다. (출처: 나무위키)

이런 성형작약탄의 높은 관통력에 반한
독일군은 전차용 성형작약탄(=고폭탄)인
Gr.38 HL을 개발해 4호 전차에 탑재한 후
전차전에서
혁신적인 바람을 몰고 올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실전에 나가자 성형작약탄은
일반적인 철갑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처참한 관통력을 선보이며
4호 전차의 승무원들의 원성을 사게 된다.
이같은 결과에 적잖이 당황한 독일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발혀내는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강선' 때문이었다.
먼로-노이만 효과를 이용해 메탈 제트를
한 곳에 집중적으로 뿜어내는 성형작약탄이
강선으로 인해 회전해버림에 따라 원심력에 의해
메탈 제트가 한 곳에 집중되지 못하고
퍼져버린 것이었다.

120mm 성형작약탄 / 안정성을 위해 꼬리부분에 날개가 붙어있는 걸 볼 수 있다.


종전 이후 페이퍼 클립 작전으로 독일로부터
관련 자료를 습득한 미국은
성형작약탄에 링을 달아

강선에도 탄이 회전하지 않게 만들고,
탄두의 꼬리 부분에는 날개를 달아서
탄도 안정성을 확보했다.
애초에 활강으로 만들었다면 링까지는
만들지 않았어도 될 터였지만
강선포를 채택한
덕에 생산 비용이만
늘어나는 문제를 낳은 셈이다.


그렇게 입지가 줄어든 성형작약탄의 자리는
날개안정분리 철갑탄이 차지하게 되는데,
줄여서 날탄은 탄 내부의 관통자만
발사되기 때문에 날개를 달아서 안정성만
잡아준다면 길이를 늘리는 것에 대한 제약이
훨씬 덜해서 적 장갑을 더 길게 관통하는 게 가능했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 이탈피와 관통자가 분리되는 모습(출처: 위키백과)

그런데 날탄은 강선이 있으면 날탄에 달린 날개에
공기 저항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강선이 없는 편이 더 좋았다.
(강선포에서도 링을 이용해
날탄을 회전 시키지 않고 발사가 가능하지만
회전도 안할 날탄을 굳이 강선포에 넣어
저항을 높일 이유는 없었다.)

이처럼 전차포 구경의 증가와 날탄의 등장으로
강선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모해감에 따라
"이렇게 120mm의 등장과
성형작약탄의 자리를 차지한
날탄으로 점차 120mm 강선포는
그 자취를 감추게 된다."
...

끝났어야 했다....

챌린저2: 뭘봐요

글을 쓰면 가장 가혹했던 건
앞의 단점들을 다 감수하고도
120mm 강선포를 탑재한
감성 변태 영국의 챌린저2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었다.

챌린저2 / 방호력에 몰빵한 전차이다. (출처: Frontier india)

사실 활강포에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탄도 안정성'
강선포의 특징인 자이로 효과를
받지 못하는 활강포는 대신에 날개를
부착한 성형작약탄과 날탄을 사용했는데
그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심하게 받았다.
이는 탄도 안정성을 해쳐 명중률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활강포의 그러한 단점을 감수하는 것 보단
강선포로 위력은 조금 낮아지고
유지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명중률을 높이자는 개념으로 탄생한 전차가
챌린저2 전차였다.

챌린저2용 장약 분리 날탄 / 장약 부분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Reddit)


챌린저2 전차는 이러한 시도는
처음에는 좋은 듯 보였다.
처음에는 말이다...

2000년대를 전후로 전차들의 사격통제장치가
점차 업그레이드 되면서 활강포에서도
강선포 못지 않은 명중률을 뽑아내기 시작했고,
120mm 활강포인 k-2전차에 이르러서는
풍향/풍속을 측정해 탄착
지점을 예측하기까지 이르렀다.
그 덕분에 챌린저2의 유일한 장점이었던
명중률도 퇴색되고 자주포처럼
탄두와 장약을 따로 분리하는
특별한 장전 방식 덕에 탄자 길이를 더 늘리지
못한다는 고질병만 얻은 탱크가 돼버렸다.

TMI: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강선식포에서도
간간히 날탄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강선식포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날탄을 사용하는 것일까?
날탄에 강선에 맞물려 같이 돌게된다면
날탄 후미에 달린 날개 때문에 공기의 저항이
막심 할텐데 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탄생한 것이
'슬리핑 링'이라는 장치이다.

105mm 날탄의 슬리핑 링과 강선의 맞물림 (출처:Defense Digest 유튜브)

슬리핑 링은 위 GIF처럼 이탈피의 겉면에
강선에 맞물려 회전하는 링을 달아
링만 강선에 회전하도록 만들고
관통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도록 하여
일반적인 활강식포와 동일한 현상을 구현했다.


마치며

어쩌다보니
챌린저 전차 고로시 글로
끝나 버렸네요 ㅋㅋ
글의 혼란을 방지하기위해
이미 1962년부터 115mm 활강포와 함께
날탄을 운용했던 소련의 2세대 전차인
T-62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날탄 기술이 과도기이기도 했고,
위에서 언급한 뛰어난 사통장치도 없었기에
명중률이 많이 떨어졌다고하죠...
따라서 서방제 3세대를 기준으로
현대 전차라고 정의한 후 작성했습니다.

이번 글의 희생양인
챌린저2의 훈련
영상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글은 여기까지!

우크라이나에도 공여되는 챌린저2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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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및 참고 자료:

https://bemil.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8/2020022802385.html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psypsy4206&logNo=220056938371
https://namu.wiki/w/%EC%B1%8C%EB%A6%B0%EC%A0%80%202https://m.blog.naver.com/didwkqk2/222046226406
https://thewiki.kr/w/%ED%99%9C%EA%B0%95%ED%8F%AChttp://berulife.egloos.com/5675017
http://glob.egloos.com/v/2201623https://www.arrse.co.uk/community/threads/challenger-2-tested-with-120-mm-smoothbore-gun.28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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