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편견’, 편견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처리 해야 할 일이 분을 넘어 초 단위로 덮쳐오는

현대인들에게 눈앞에 새롭게 나타난 존재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시간은 사치가 돼버린 지 오래다.

  그런만큼 본인이 직접 보거나 들은 내용을 넘어,

SNS와 같이 다른 존재를 통해 들은 내용을 총동원해

내 앞의 존재를 내가 알고 있는 무언가로 쉽게 정의내리고 싶어한다.

  오늘날 인터넷 사이트나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의 댓글을 보면

정치, 종교, 남녀 분쟁 등의 이유로 서로 갈라져 편견에

가득 찬 말들을 내뱉는 걸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인터넷 댓글 속 편견

섞인 말들을 탄환으로 만든다면 아마 베트남 전쟁 내내 사용된 탄환보다 많을 터다.

 

  『편지』는 살인을 저지른 형과 언제나 형의 꼬리표가 쫓아다니는

동생 나오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형의 수감 이후, 나오키는

형의 이름 한 줄에 학업, 취업, 연애까지의 모든 일에 제동이 걸린다.

그중에서도 나오키에게 가장 뼈아픈 일은 본인의

자식에게까지 그 피해가 대물림 된다는 것이었을 테다.

  책을 덮고 난 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필자 옆에 나오키가 있었더라면,

나는 책 속 여느 사람이 그렇듯 따가운 시선으로 나오키를 보지 않을 수 있었을까?”

필자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다.

필자 나름대로 누구에게라도 상처 입히는 일 없이 조심스럽게

살아왔다고 자부해 왔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편견을 가지지 않고 사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편견과 갈등이 특히 심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필자는 인간의 본능인 ‘소속감’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고 싶어 한다.

이것이 짝짓기, 정보공유, 보호 등의 이유로 생존에 유리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거에는 본인과 가족, 넘어는 국가에서 소속감을 취하는 데 그쳤으나,

오늘날에는 사람마다 크게는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부터 작게는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까지.

소속감을 취하는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본인들이 소속된

그 사람을 위해 대신 분개하고, 대신 아파한다는 점에서 비유하자면

맷집은 그대로인데 덩치만 거대해진 복서와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 역시 종교를 통해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소속감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책 속에서 누군가가 나오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형은 사회적인 자살을 택했으니,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말라”

형과 가족이라는 공동체로 소속된 이상 고통을 통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하지만 더 거기서 중요한 것은 본인의 위치에서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편견을 깨부수는 방법이라 말한다.

편견의 문제는 타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역시도 끊임없이 개혁하고,

편견을 타파할 수 있도록 훨씬 더 모범을 보여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위에서 편견을 타파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다 보니,

“우리는 왜 편견적인 시선을 갖게 됐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절로 생겨났다.

사실 편견 또한 소속감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한

진화의 과정 속에서 발현된 하나의 본능이자 족쇄로 볼 수 있다.

편견, 좋게 말해 ‘무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빠른 판단’은 조상들에게 필수적인 생존 기술이었다.

만약 우리의 조상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새로운 존재를 마주쳤을 때

아무런 의심 없이 그들을 반기는 미련한 자들이었다면,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 무의식 속에서 벌어지는 빠른 판단이라 불리는 것은

인류 역사의 99%에 해당하는 시간 동안 제대로 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하루에도 수백 번을 익명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비방할 수 있으며, 상대방은 누군지도 모르는 대상에게

하루에도 수백 개의 편견 섞인 말들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더 나아가 타인이 정의한 편견을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된 것만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언젠가부터

편견은 자신이 올바르다는 당위성을 내보이기 위한 변명에 가까워졌다.

  억겁에 세월 동안 우리의 몸속에 내재된 편견을

우리의 삶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상의 타인이

매일 가족과 대화하는 밥상에 마주앉아 본 적도 없고,

그들의 생각을 바꿔 놓은 책 한 권도 알지 못하며,

그들이 살아온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판단을 잠시 보류하고,

다른 사람의 행위에 공감하며,

이해하려 하는 태도를 갖춰야한다.

그러면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편견으로 낙인찍은 사람들의 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책들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 리뷰  (0) 2023.03.17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